Noh HaeYul | 노해율 개인전 - Swing Practice
Noh Hae Yul Portfoli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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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해율 개인전 – Swing Practice

글|유희원 (대안공간 미끌 큐레이터)

 

처음 작가 노해율과 인연을 맺게 된 것은 지금으로부터 약 4년 전, 2002년의 한 여름이었다. 그 즈음 나는 대학원에 재학하며 막 미술 현장에 대한 스터디를 시작하던 터였고, 뜻이 맞는 동기들과 함께 전시기획팀을 결성하여 최초로 외부에서 전시를 기획, 진행할 기회를 갖게 되었다. 『냉장고를 열다 #1』라는 이 전시에서 우리는 동시대 미술계 안에서 새로운 숨을 쉬기 시작한 신진 작가들의 생생한 움직임을 젊은 관점으로 포착하여, 그들만의 신선함을 최적의 온도로 유지할 수 있는 차별화된 영역을 제시해 보겠다-는 재기 발랄한 포부로 임했고, 이 과정에서 발견한 ‘신선한’ 작가군 가운데 노해율이 있었다. 그는 당시 조소과 학부 3학년에 재학 중으로, musical practice라는 일련의 영상 작품 시리즈를 선보였는데, 작품이나 설치 과정 모두에서 놀랄 만큼 정돈된 느낌을 주었던 기억이 선명하다. 그로부터 몇 년이 흐른 지금, 작가 노해율은 국내외를 통해 다양한 기획전에 활발히 참여하며 작품세계를 펼쳐나가고 있으며, 이번 대안공간 미끌에서의 첫 개인전 Swing Practice를 통해서는 현재 그가 집중하고 있는 swing series-키네틱적 성격을 띤 설치 조각 작품들-와 함께 영상 작품을 포함한 그간의 포트폴리오를 더불어 선보일 예정이다.
이번 전시에서 보여질 swing series 를 보다 가까이 이해하기 위해서, 우리는 작가의 초창기 작품세계를 들여다 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그의 초기 작품 활동은 앞서 언급했던 musical practice 라는 영상물 시리즈로부터 시작된다. 이 작품에서 노해율은 학교 스튜디오나 집 근처 풍경 등 자신의 주변 일상에서 흔히 발견되는 빛과 소리들을 소재로 다룬다. 학생들이 모두 자리를 비워 텅 빈 작업실의 형광등, 작업등의 불빛, 용접과 절단을 위해 쓰이는 여러 가지 기계장치들이 내는 불규칙적 소음과 불빛, 빌딩 숲과 강변도로를 내달리는 야간의 자동차 행렬과 경적 소리 등이 그의 작품에 등장하는 주된 요소들이다. 작가는 이렇게 자신에게 가장 익숙한 풍경들을 고정된 위치에서 장시간 촬영한 뒤 그것들을 각기 프레임 단위로 쪼갠 후, 이 단위들을 다시 시각적 요소와 청각적 요소로 분리시킨다. 그리고 우리에게 매우 귀에 익은 서정적인 곡조의 클래식 음악을 골라 이 선율에 따라 이 요소들을 재배치, 재구성하여 애니메이트 시키는 것이다. 사실상 그의 영상 작품 시리즈들은 상당히 많은 시간과 노력이 요구되는 방식으로 제작된 것이지만, 완성된 작품을 실제로 보면 아름다운 선율에 맞추어 깜빡이는 감각적인 빛의 움직임들에 단숨에 매료되어 마치 본래 이러한 장면이 연출되어 있어 그것을 그대로 화면에 옮겨 놓은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우리는 노해율의 musical practice 라는 영상 작품 시리즈를 통해 누구든 흔히 지나쳐버릴 만한 일상적 소재들이 결합하여 만들어내는 새로운 장르의 musical을 만나게 된다.
이후 한 동안 영상 작품을 통해 일상의 빛과 소리를 소재로 다각도의 실험을 행하던 노해율은 어느 순간 그 소재와 제작 방식 모두에 있어 새로운 변화의 시기를 맞이하게 된다. 그의 전공인 조각이라는 근간에 다시금 초점이 맞추어지기 시작한 것이다. 노해율은 빛과 소리라는 손에 잡히지 않는 환영들로부터 그 폭을 넓혀 대기의 흐름과 무게, 풍향과 속도 등 실제적인 자연의 매커니즘과 전동 장치, 스피커 등을 이용한 공학적 장치들을 한데 놓고 실험하며 다시 손에 잡히는 ‘물질’들을 만들어내기 시작한다. 특히 그가 최근까지도 집중하고 있는 것은 회전운동에 관한 연구인 swing series로, 이 연작들은 외형적으로 전통 조각에 가까운 모습이지만 한편으로는 환영을 통해 다양한 시각과 청각의 실험을 꾀하던 초창기의 작품 세계가 3차원의 공간을 통해 실재적인 모습을 갖추어 표출된 것으로 볼 수도 있을 것이다. Swing series 속에서 노해율은 전동모터를 축으로 하나의 기준점을 제시하고, 원형, 사각형, 삼각형 등의 틀이 겹겹이 그 축을 따라 회전 운동을 할 수 있도록 장치하거나, 자력을 이용하여 각각의 틀이 서로의 자력에 의해 반응하고 움직이도록 설정한다. 그러나 그가 마련한 이 최소한의 장치가 각각의 틀들의 수학적 움직임까지 미리 염두하고 계산하여 제작된 것은 아니다. 때때로 이 최소한의 장치에 의해 각각의 틀들이 서로에게 힘을 가하는 과정에서 예상치 못했던 변수가 나타나 움직임의 속도나 방향에 불규칙적인 변화를 발생시키기도 하는 것이다.
초창기 노해율의 영상 작품 속에서 고정된 프레임 내에 리드미컬하게 움직이던 빛과 소리의 움직임이 그러했듯,그의 설치 작품인 swing series 역시 보는 이의 시선을 단숨에 사로잡아 그의 작품 속에 한 동안 몰입하게 하는 힘을 가지고 있다. 우리는 이번 노해율의 첫 번째 개인전인 ‘Swing Practice’ 展 을 통해, 가끔은 손으로 쓴 편지가 몹시 그리워지는 디지털 시대의 언저리에서 마치 실험실의 과학자처럼 공감각적 회전 운동을 연구하는 한 젊은 조각가의 두 손이 만들어내는 키네틱 조각 장치들을 기꺼이 목격하고, 노해율의 또 다른 미래의 실험작은 어떤 모습일지 즐거운 마음으로 기대해볼 수 있을 것이다. ■